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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꽃구경, 나들이

@4/10/2026
거의 10년 만에 후쿠오카에 갔다. 그때는 말이 통하는 불편한 친구와 함께였지만, 올해는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쪽을 택했다. 평소 신상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은 터라 고심 끝에 고른 옷들로 ‘단벌 신사’에 가깝게 짐을 꾸렸다. 옷에 대한 욕심은 덜어내고, 철저히 벚꽃 구경과 맛있는 음식, 술, 사람 구경, 그리고 휴식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했을 땐 참지 못하고 쓸어 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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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 버스에서 구경하는 신촌의 봄
공항 가는 길은 늘 즐겁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나만 놀러 가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고심 끝에 고른 옷들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공항엔 늘 편안한 옷차림으로 다닌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늘 입던 옷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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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2] 마이즈루 공원의 인파
첫날엔 마이즈루 공원의 오후 벚꽃을 보러 갔다. 전날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다행히 떨어지지 않고 만개해 있었다. 공원 안쪽 먹거리 장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전부 일어서서 떠들고 마시고 먹기 바빴는데, 웬만한 외향인도 이거는 못 버틸 것 같았다.
나카스 강변도 거닐며 사진을 남겼지만, 왠지 적적한 조그마한 동네 같아서 올리지 않겠다. 이날 저녁은 예약한 스테이크 집과 근처 바에 갔다. 바에서 우연히 만난 부동산 중개인과 서로의 언어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며 술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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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3] 오호리 공원 근처 강변에서
이와타야 백화점에 가서 ‘닷사이 23’을 구한 뒤 ‘해장 벚꽃’. 오호리 공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공원 입구부터 근사한 벚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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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4] 점입가경.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벚꽃이 만개한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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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5] 공원 입성.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원이 시작된다. 잘 깎인 회오리 나무들도 볼 수 있다. 가면 갈수록 인파 때문에 조금 어지럽긴 해도 걸어가는 맛이 있는 공원. 벚꽃 찾아 삼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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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6] 카페 근처에서 한 컷. 카페는 두 군데 있었는데, 붐비는 현대식보다는 고전이 최고다.
공원 끝자락에는 고즈넉한 카페 하나가 있는데 드립커피가 일품이다. 가는 길목에 급 날씨가 좋아져 찍었다. 아래는 카페에서 나와 다시 돌아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또 다른 벚꽃을 보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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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7] 여행 중 제일 기억남는 벚나무. 웅장함이 안 담겨서 아쉽다.
카페를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유모차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엄청난 벚나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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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8] 남들따라 진귀한 뱃사공 사진 한 컷.
약간의 쇼핑을 마치고, 캐리어 안의 술이 걱정돼 에어캡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가미카와바타마치에서 서양인들을 따라 슬쩍 뱃사공의 모습을 찍어봤다.
저녁에는 예약한 식당에서 다시 배를 채웠다. 2차로 바에 갔는데, 옆자리의 연하 일본인이 내 술값을 계산하더니, 3차로 모츠나베까지 대접해 주었다. 오사카 사투리가 짙은 친구였는데, ‘재미나이(제미나이)’ 앱 덕분에 즐겁게 소통할 수 있었다. 나를 꽤 흥미로운 사람으로 봐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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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9] 텐진 공원 피크닉을 훔쳐보며 몰래 찍은 벚꽃 사진들.
다음 날 텐진 중앙공원도 역시 벚꽃이 절정이었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맥주를 대여섯 박스씩 쌓아놓고 열댓 명이 모여 즐거이 수다 떠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쪽의 벚꽃은 특히 아파트와 튤립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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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0] 배구하는 열정적인 청소년들의 모습과 모래놀이 하는 아이 그리고 성인. 둘은 그거나 그거나다.
텐진 쪽을 다 즐기고, 버스 타고 해변 공원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한국인들이 잘 가는 경로에서 완전히 반대로 꺾어버리면 이런 길이 나온다. 한적한 바다와 조용한 사람들. 물 마시며 고민 없이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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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1] 물이 은근히 거세게 휘몰아치던 해변 공원.
문득 ‘아, 나 정말 힘들어서 도망치듯 여행 온 거였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다 눈앞의 ’노 다이빙(No Diving)’문구를 보고는, ‘하마터면 다이빙할 뻔’ 하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곳은 공원 안쪽까지 한참을 걸어 들어와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구하는 이들을 구경하는 일.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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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2] 바다엔 끝이 없지만, 끝에서 다른 길로 향하면 이런 자전거 길이 나온다.
근사했던 바다로 둘러싸인 공원. 숲 속에 색소폰을 들고 와 벤치에 앉아 불고 있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도를 지나 주택가 도보로 접어들자마자 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누던 남녀를 마주하고 말았다.
결국 그들을 피해 뒤돌아서서 돌아갔다. 덕분에 2만 보 채우는 데 도움을 줬다.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고, 내 마음 가는 대로 경로를 꺾어버릴 수 있는 것. 이런 게 바로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아무튼 너무나 좋았던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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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3] 한국인 관광명소도 한국인인지라 한번 들렀다.
제일 마지막으로 왔던 한국인 밀집 장소. 조금 안타까웠지만, 여기는 내게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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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4] 하카타역 서점에서. 성인물 코너에 은근 사람이 없어서 놀랐다. 나만 흥미롭게 청춘 기록물을 구경했다.
여행 마지막 날. 백화점과 서점에서 시간을 때웠다. 서점에서 야릇한 구경도, 귀여운 인형들도 구경할 수 있다. 서점엔 성인물이 간간히 있었다. 길가다가 봤던 비디오방보다 여기 서점이 훨씬 쾌적해서 좋다. 문구류도 판매 중이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책을 가만히 보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 책방은 넓고 트여 있어서 좁은 책방이 주는 촉박함과는 전혀 상반되게 오래 머물고 싶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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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5] 닌텐도 굿즈와 스타벅스 굿즈.
하카타역 내 백화점과 편집숍들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이세이미야케나 디젤보다는 하이엔드 여성 영캐주얼 편집숍 구경을 정말 재밌게 했다. 합리적이진 않은 가격이긴 해도 실루엣이 참 좋다. 그래서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리가 아프니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 마시는 건 선택 아니고 필수다. 3층 소파 있는 곳을 추천한다. 앉을 곳은 별로 없지만, 아래층보다 북적이지 않고, 운 좋게 그 자리를 잡는다면 1시간은 너끈히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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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16]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아쉽게도 낯선 나라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워 온천은 못 갔지만, 꼭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옆에 앉아있던 커플 중 남성이 “체감 상 후쿠오카가 제주도보다 가깝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절감했다. 다음을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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