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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식욕의 은퇴: 나이 듦에 관하여

@3/4/2026
위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정해진 식사량도 없고,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마땅치 않다. 매일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역설적으로 선택지 자체가 오래전에 소멸해 버린 기분이다.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 받으면 못 먹는 타입’에 가깝긴 했다. 그런데 최근엔 스트레스 받을 일조차 사라져서, 굳이 무언가를 많이 먹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무한한 자유가 주는 기묘한 억제력이 내 식욕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입맛도 변했다. 예전만큼 맛이 선명하지 않다. 일상의 뚜렷한 변화라면 아침마다 이노시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인데, 아직 이렇다 할 체감은 없다.
혼자 밖에서 식사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다. 그래서 밖에서는 한입에 깔끔하게 넣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김밥 같은 것들. 김밥은 한입에 넣고 씹기에 좋고,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씹는 모양새가 나쁘지 않아 안심이 된다.
또 무엇이 변했을까. 한때 꽤 마셨던 술이 이제는 거북하다. 예전만큼 절절하게 슬플 일이 없으니, 술을 빌려 감정을 쏟아낼 이유도 사라진 탓이 크다. 입맛도, 식습관도, 삶의 태도도 이토록 단촐하고 단조롭게 변해버렸다.
나도 나이가 들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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